폐업과 회생을 지나오는 동안, 저를 가장 깊은 곳에서 붙잡아준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제 손에 치과의사 면허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위기의 한복판에서는 모든 것이 끝난 것처럼 느껴집니다. 병원이 무너지면 나라는 사람도 함께 무너진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는 한 가지를 떠올렸습니다. 병원은 잃어도, 면허는 잃지 않는다는 것을요. 그리고 그 면허는, 제가 다시 진료실에 설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요즘 우리 직업의 가치가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치과의사 수는 계속 늘고, 과열된 경쟁 속에 덤핑이 판을 치고, 개원해서 성공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진다고요. 다 맞는 말입니다. 저 역시 그 현실 속에서 무너졌으니까요. 개원의로서의 삶은, 분명 예전만큼 안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어려움에도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이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면허가 있어야만 진료실에 설 수 있고, 그 면허는 오랜 시간과 노력을 통과한 사람에게만 주어집니다. 진입의 문이 좁다는 것은, 안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만큼 단단한 바닥이 되어줍니다. 개원이라는 사업은 실패할 수 있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은 그렇게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저는 폐업 후 봉직의로 돌아갈 수 있었습니다. 한때 제 병원을 가졌던 사람이 다시 남의 병원에서 월급을 받고 일하는 것.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그것이 저를 살렸습니다. 무너진 그 자리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디딤돌이 되어주었으니까요.
무너진 다음 날에도, 저는 여전히 치과의사였습니다. 어제까지 원장이었다가 오늘 페이닥터가 되어도, 환자를 보는 손은 그대로였습니다. 사업체로서의 병원은 무너졌지만, 진료하는 사람으로서의 저는 그 자리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 면허 한 장이 무너진 삶과 이어질 삶 사이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었다는 것을, 위기를 겪고 나서야 절실히 알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벼랑 끝에 서 계신 원장님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병원이 흔들리는 것과 당신이라는 사람이 끝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입니다. 사업체로서의 병원은 무너질 수 있어도, 치과의사로서의 당신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당신의 손에는, 다시 진료실에 설 수 있는 면허가 있으니까요. 그 바닥은 생각보다 단단합니다.
오해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면허가 있으니 위기를 가볍게 봐도 된다는 뜻이 결코 아닙니다. 직시할 것은 직시하고, 멈출 곳에서는 멈춰야 합니다. 다만 그 직시가 너무 무서워 한 발도 못 떼고 계신다면, 등 뒤에 안전판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라는 것입니다. 떨어져도 받쳐줄 바닥이 있다는 것을 알 때, 우리는 비로소 아래를 똑바로 내려다볼 용기를 냅니다.
저는 그 바닥을 딛고 다시 일어섰습니다. 당신의 발밑에도, 같은 바닥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