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빠진 사람에게 "왜 더 일찍 멈추지 않았느냐"고 묻는 것은 쉽습니다. 밖에서 보면 멈춰야 할 지점이 명백해 보이니까요.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사람에게 '멈춤'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입니다. 저는 그것을 온몸으로 겪었습니다.
제가 멈추지 못했던 이유를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멈추는 순간, 지금까지 쏟아부은 모든 것이 헛것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들인 돈, 흘린 땀, 포기한 시간, 걸어온 모든 길. 여기서 그만두면 그 전부가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조금만 더 버티면 본전은 찾을 텐데", "지금 멈추면 그동안의 고생이 다 의미가 없어지는데." 이런 생각들이 저를 붙잡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멈추는 대신, 이미 깊은 구덩이 안에서 삽질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더 깊이 파고들면 어딘가 출구가 나올 거라고 믿으면서요.
이것을 경제학에서는 '매몰비용의 함정'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저는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이미 써버려서 되돌릴 수 없는 비용에 얽매여, 앞으로의 손실까지 키우는 잘못된 판단. 말로 들으면 너무나 당연해서, '나는 저런 어리석은 실수는 안 하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그 함정 안에 들어가 있을 때는, 그것이 함정인 줄 결코 알 수 없습니다. 오히려 더 버티는 것이 책임감 있고 의지가 강한 행동처럼 느껴집니다.
생각해보면 무서운 일입니다. 우리는 보통 '포기하지 않는 것'을 미덕이라고 배웁니다. 끈기, 인내, 버티는 힘. 그런데 위기의 어느 지점을 지나면, 그 미덕이 정확히 반대로 작동합니다. 버틸수록 손실이 커지고, 포기하지 않을수록 더 깊이 가라앉습니다. 멈추는 것이 용기이고, 버티는 것이 어리석음이 되는 지점. 문제는 그 지점이 어디인지, 안에 있는 사람은 보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저를 가장 오래 붙잡았던 것은 돈이 아니라 마음이었습니다. 멈춘다는 것은 곧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의 내 판단이 틀렸음을, 내가 잘못 걸어왔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일. 그것이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멈추지 못한 것이 아니라, 인정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멈춤은 단순한 경영 판단이 아니라, 자존심과 정체성이 걸린 문제였으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이미 써버린 비용은, 멈추든 계속하든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것은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정말로 따져야 할 것은 '지금까지 얼마를 썼는가'가 아니라, '지금부터 어떻게 하는 것이 손실이 가장 적은가'입니다. 과거가 아니라 지금부터의 미래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데, 함정에 빠진 사람은 자꾸 과거를 본전 삼아 미래를 저당 잡힙니다.
그러니 만약 지금 "여기서 멈추면 그동안의 모든 게 헛것이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계신다면, 잠시 멈춰 그 생각 자체를 의심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쏟은 것이 아까워서 더 가는 것인지, 정말로 앞으로 나아질 근거가 있어서 가는 것인지. 만약 전자라면, 그것은 의지가 아니라 함정입니다. 그리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첫걸음은, 이미 쓴 것을 미련 없이 과거에 두고 오는 것입니다.
가장 어려운 결정은 더 버티는 것이 아닙니다. 버티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입니다. 멈추는 것은 포기가 아니라, 남은 것을 지키는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결정을 너무 늦게 내렸습니다. 부디 당신은, 저보다 한 발 먼저 멈출 수 있기를 바랍니다.